[연말 세일 꼭 따져보세요]
- 연말인데 더 비싸네
인기 모델은 오히려 가격 올라…
인피니티 바퀴 2인치 늘리고 車 값은 120만원이나 인상
- 괜찮은 찬스, 조건 따져보자
K9 부분변경 新車 260만원 할인, 부품 2000개 바꾼 캠리 가격 동결
"고객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최고 수준의 다양한 고객 혜택을 마련했습니다."
올 연말 국내 자동차 회사들이 '파격 할인' 카드를 잇따라 꺼내들고 있다. 새해가 되기 전에 재고(在庫)를 정리하거나 연초에 잡아 놓은 한 해 판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올해 판매 부진을 겪은 기업은 신차(新車)를 내놓으면서도 '착한 가격'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평소 눈여겨봤던 새 차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이다.
하지만 자동차 회사가 제시하는 최대치의 할인을 적용받으려면 조건이 까다롭다. 그래서 차를 구매하러 갔다가 실제 할인 폭이 적어 실망할 수도 있다. 일부 업체들은 최근 2015년형으로 연식을 바꾸면서 인기 차종 가격을 슬쩍 올리기도 했다.
◇'대폭 할인' 받으려면 '조건' 따져야
올 12월에 차를 사려면 '실적이 부진한 회사의 차값이 싸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올해 내수(內需) 시장에서 고전한 기아차는 12월 'K3·K5·K7' 세단을 사면 취득세 7%를 회사가 대신 내준다. 최고 사양 기준으로 K3는 최대 167만원, K5는 최대 238만원, K7은 최대 312만원을 깎아주는 셈이다. 월 판매량이 200~300대에 그쳤던 대형 세단 'K9'도 11월 부분 변경 신차가 나왔는데 주력 모델인 'K9 3.3 이그제큐티브' 가격이 5330만원으로 종전보다 260만원 내렸다.
독일차에 밀려 부진한 도요타와 혼다도 각각 중형 세단 '캠리'와 SUV(스포츠 유틸리티 자동차) 'CR-V'의 부분 변경 신차를 최근 출시하면서도 차값은 동결했다. 캠리는 2000여개 부품을 바꾸고 디자인이 바뀌어 완전 변경에 버금간다는 평가를 받는다. CR-V는 연비가 기존 L당 10.4㎞에서 11.6㎞로 12% 좋아졌다. 정우영 혼다코리아 사장은 "종전보다 개선된 부분이 많아 차값을 올려도 되지만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가격 동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할인 조건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자동차 회사가 강조하는 최대치의 할인을 모두 받으려면 까다로운 기준을 모두 맞춰야 하는 탓이다.
예컨대 '최대 275만원 혜택'을 강조한 한국GM의 '말리부'(가솔린 모델)는 기본 할인은 90만원에 불과하다. 2014년형 차를 구입해야 100만원 유류비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직계 가족을 포함해 한국GM 차량을 네 번 구입한 경험이 있어야 50만원을 더 깎아준다. '레간자' 등 GM대우 시절 옛 모델을 타고 있는 소비자가 차를 한국GM에 넘기고 새 차를 사야 35만원이 추가 할인 된다.
이 조건을 다 갖춘 사람에게 275만원 할인이 제공된다. 현대·기아차, 르노삼성도 비슷한 구조의 할인 조건을 내걸고 있다.
◇인기 모델은 車값 引上 주의해야
할인 열풍이 불고 있지만 각 브랜드별 인기 모델은 오히려 더 비싸졌다. 연식변경·편의사양 확충 등을 이유로 연말을 맞아 차값을 올린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인피니티는 지난달 중형 세단 'Q50 2.2d 프리미엄' 가격을 출시 9개월 만에 4350만원에서 4470만원으로 120만원 올렸다. 인피니티 전체 판매량의 90% 안팎을 차지하는 핵심 모델이다. 차값 인상을 이유로 2015년형 차 바퀴를 2014년형에 쓴 17인치짜리보다 더 성능이 좋은 19인치로 바꿨다고 설명한다.
르노삼성도 지난달 주력 차종인 소형 SUV 'QM3'의 2015년형을 출시하면서 차값을 2250만~2450만원에서 2280만~2295만원으로 30만~45만원 인상했다. "자동차 시트 품질을 높이는 등 상품성을 개선했다"는 게 이유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대표 상품 'E클래스'도 지난달 연식변경을 하면서 가격이 올랐다. 2014년형 'E300 엘레강스'와 'E300 아방가르드' 모델이 2015년형으로 바뀌면서 100만~110만원 올랐다. 벤츠는 "충돌 방지 경고 장치, 주차 지원 시스템 등 안전·편의장치가 추가됐다"고 밝혔다.
BMW와 폴크스바겐은 올 9~10월 차값을 미리 올렸다. 올해 수입차 누적 판매 2위 'BMW520d'는 10월 음향장비를 업그레이드했다는 것을 이유로 6330만원이던 가격을 6390만원으로 인상했다. 폴크스바겐은 대표 대형 세단 '페이톤 3.0 V6 TDI'를 9월에 연식 변경했다. 실내등을 LED로 바꾸고 디자인도 소폭 바꾸면서 차값을 110만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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